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당신들 할 일 없어 이렇게 다니시지요? 남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돈 벌러가고 누구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   오랜 투병생활과 함암치료에 지친 폐안 말기 김기영(가명` 54세) 환자가 호
스피스 봉사를 나간 저에게 건넨 첫마디였습니다.  그의 아픈 마음과 외로움이 느껴져 하느님
께서 사랑으로 치유해 주시도록 기도하며 두 손으로 정성을 다해 그의 발을 마사지해 주었습니
다.
  저는 잠시 손을 멈추고, 모든 봉사자가 현편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힘들고 어려운 여
건에도 하느님 사랑 때문에 귀한 시간을 환자들과 나누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늘
가지고 다니는 지갑에서 유언장을 꺼내 읽어드렸습니다.  저의 유언장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천국에 대한 소망, 자녀에게 믿음을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필사한 성경 두본, 장기 기증과 장례
후 비용은 가톨릭대학에 기부할 것 등이 담겨 있습니다.  듣고 있던 환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
니다.  
  환자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끼면 저는 막내 동생 이야기를 덧붙여 들려주었습니다.  "제
막내 동생은 1997년 9월 서른두 살에 한강시민공원에서 돌연사했습니다.  장녀인 제가 부모님 대
신 동생의 주검을 화장했습니다.  동생이 마지막 남긴 옷 한 벌과 구두 한  켤레을 가슴에 안고 유
골을 뿌리며 눈물로 다짐하며 예수님께 청했어요.  '주님, 제 슬픔을 없이하소서.  권능의 손으로
저를 일으켜세우시어 슬프고 어려운 이웃 위해 이 몸 받으소서.  이제 주 그리스도 예수를 위해 이
생명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달려가겠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개신교 존도사로서 손ㄴ원과 개척교회를 도와주며 적십자 신우회를 인도하며 열
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막내 동생의 죽음은 제가 부활을 소망하며 더욱 빛과 소금으로 살게
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때부터 병원 사목에 전념하면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지
금은 동생의 죽음을 지혜서 4장 7 -17절 말쓰을 확신하며 위로받고, 또 삶을 일찍 마감한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죽고 싶었어요.  약도 먹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환자의 말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찢긴 마음은 나 외의 아무도 모리지요.  저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에요.  남편이 건축업
을 했는데 망했거든요.  제가 이렇게 와일드해 보여도 무척 여려요.  그때 약을 사서 먹었는데.  어
떻게 되었게요?"  그분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되었어요?"  "지금 이렇게 살아있어요."  심각
한 얘기를 부드럽게 웃으며 진심으로 하니 마음이 열린 환자의 표정이 천사 같아 보였다.  이어서 예
수님의 삶을 들려주며 계속 돌봐드렸습니다.
  그분은 저의 작은 정성에도 감동으로 고마워했습니다.  방분객이 없어 쓸쓸한 병상에 티슈와 녹차
등 간식을 갖다 주면 친누나보다 고맙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선물로 묵주를 드렸더니 좋아하면서도
예수님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여태 믿지 않다가 이제야 믿어도 되느냐며 미안해했습니다.
  변화된 환자의 모습에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도 좋아했습니다.  원래 쌈닭인데다 투젇도 심했던 분이
환자복이나 시트에 혈흔이 있어도 참을 줄 알고, 봉사자를 기다리던 그의 손에 묵주가 들이고, 기도하
며 하루하루 주님 사랑안에서 천국을 햐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랜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해쓱해진 김기영 환자에게 물었습니다.  "세례면은?  베드
로 어때요?"  "아이, 미안해서요." "봉사자님은 하느님께 꽂힌 사람 같아요." "네? 꽃인 사람요?" "아니
요.  꽂혔다고요."  그분은 웃으면서 내가 하느님께 꽂힌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베드로 씨는 그렇게 주
님을 만나고 선종했습니다.
  제가 처음 신앙을 갖게 된 것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였습니다.  청주에서 건축업을 하던 남편은
결혼 후에 두어 번 부도 위기를 겪더니 결국 1988년 세 번째 부도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두 아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힘들던 저는 장로교회에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
습니다.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현대인의 고독)이라는 세미나 제목이 마음에 들어 기독교 학생 동
아리에 잠시 있었던 것이 교회를 아는 전부였습니다.  
  처음 진천 중앙교회에 가던 날,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도 모르면서도 그저 잘 보이고픈 마음에 정성껏
멋진 옷을 차려입었습니다.  친구 옆에 나란히 앉아 목사님의 설교에 집중하며 "아사슴이 시냇물을 그
리워하듯…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흐님을 목말라 합니다." (시편 42, 1- 2)라는 말씀을 듣는
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찬송가 구절마다 모두 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가슴을 파고들었습니
다.
  빚은 친정아버지께서 다 갚아주셨고 저는 두 아들을 데리고 서울 친정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
느 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저는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며 예수님께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매일 각종 푸른 채소를 사다가 즙을 짜 잡수시게 하고 팔 다리를 마
사지해 드렸습니다.  그렇게 두 달 반이 지났습니다.  제 기도에 주님은 큰 기쁨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아버지를 병상에서 일으켜 주셨습니다.  그 후 아버지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회복되자 저희 가족은 다시 청주로 내려와 지냈고 저는 구역 강사라는 직책을 맡아 더우나
추우나 기쁜 맘으로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2년을 무리한 탓에 맹장과 장염이 걸려 청주 성모병원에 입
원했는데 그 와중에도 전도사로 임명되어 신학을 공부하라는 명도 함께 받아 퇴원 후 낮에는 청년부 담
당 전도사로 야간엔 학교에 다녔습니다.  신학을 배우던 1995년,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있었던 청주지역
목회자 세미나에서 허음 호스피스(hospice)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이사 42. 3) 하고 말씁하시는 하느님의 사
랑이 이 약한 이들을 향해 있었고 각 영혼을 돌보셨습니다.  바로 이 세미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제게 주
시는 소명을 듣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봉사활동을 할 때 저는 교회 지도자들의 인간적 한계를 보며 말할 수 없는 갈등을 느꼈습니다.  
그 시기에 우연히 어느 수녀님의 책을 접하게 되면서 천주교로 개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복대동성당 예비자 반에 등록했습니다.  세례를 준비하면서 저는 주님의 사랑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
로 성경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10개월에 걸쳐 필사하는 동안 말씀마다 제 삶에 역사하신 하느님을 알고 만났습니다.  특히 "너는 나
를 알지 못하지만, 나 너를 무장 시키니… 하느님! 정녕 당신은 자신을 숨기시는 하느님이십니다." (45,
5. 15) 하는 이사야서 말씀은 제 삶을 함께해 주신 하느님의 돌보심을 깨닫게 했습니다.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마르 16, 18)라는 말씀 속에서 오늘까지 나를 살려주신 하느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도 중에 하느님 앞에 죄인이던 지난날을 회개하고 통회하는 가운데 아프던 허리가 기적처럼 치유되
었습니다.  세례를 앞두고 예비자 반 대표로 감사편지를 썼습니다.  5월 성모님의 달에 개종의 꽃을 피
우게 하신 은혜에 대한 감사와 6월 예수성심의 달에 한번 더 성경을 쓰도록 인도하신 데 고마움을 담았
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파비올라'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가톨릭 신자로서 청주성모병원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호스피스 봉사를 합니다.  제 신앙의
여정은 호스피스 봉사가 제 소명이라고 굳게 이야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믿음의 은혜가
고난과 역경 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 하도록 인도했습니다.  어느덧 62년을 살았습니다.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면서 저는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제게 귀한 사명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하
는 마음 가득합니다.
  오늘도 주님께 기도합니다.  제 마음이 주님 마음에 들기를, 제 마음에 주님 사랑 가득하기를, 제 눈에
불쌍한 영혼이 머물기를 , 그리고 땅 끝에 선 이들과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천국을 알려주며 그분들의
남은 삶에 동행할 수 있기를….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에 가득한데 저는 하느님 눈에, 하느님 마음에 핀
꽃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찬미 예수님!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9 호스피스봉사회 2월차량봉사 박성오 빈첸시오 2016.01.28
8 호스피스봉사회 봉성체 대상자 미사후 친교 시간 표미정글로리아 2013.06.12
7 호스피스봉사회 2013년도 호스피스 교육 표미정글로리아 2013.05.01
6 호스피스봉사회 10월7일(금) 봉성체 대상자 표미정글로리아 2011.10.07
5 호스피스봉사회 2011년06월03일 봉성체 표미정글로리아 2011.06.04
4 호스피스봉사회 호스피스 활동 표미정글로리아 2011.04.20
3 호스피스봉사회 2011년04월20일 표미정글로리아 2011.04.12
» 호스피스봉사회 하느님 마음에 핀 꽃이 되기를… 10' 07월호 야곱의 우물 - 작은 것을 나누는 마음 '지팡이' 표미정글로리아 2010.07.24
1 호스피스봉사회 호스피스 총회 정애자모니카 2009.03.20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SEARCH

CLOSE